1998년 10월 20일
나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예정일을 훨씬 지나도 아이가 나올 기미가 없어
초음파를 해보니 벌써 자궁안에서 변을 보았으니
얼른 꺼내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다음날 수술실에
들어갔더랬다.
무통 마취를 하고 수술실에서 나는 휘리릭 마취상태로
들어갔고 한숨 자고 난 것처럼 게슴추레 눈을 떠보니
이미 나는 아이를 낳은 상태였다.
산모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 내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 친구야"
"지구에 온 걸 환영해"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인사를 나누었고
가만히 손을 잡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정말 내가 엄마가 된건가' 하는
얼떨떨한 기분도 들었지만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컸었던 같다..
그리고,
아이아빠 공룡(닉네임)은 즉시 준비해온
5촉 전구로 방안을 약간 어둑하게 만들었다.
자궁에서 나와 마주친 너무 밝은 빛은
아이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이다.
또, 사물놀이 북을 들고와
잔잔하게 북소리를 들려주었다.
자궁안에서 항상 들리던 엄마의 심장소리와
가장 비슷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자궁을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고,
엄청난 변화일 터인데,
최대한 자궁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줘서 그 충격을 완화시키고
새로운 환경에 스며들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역할은 그저 조심조심 살펴볼 뿐이었다.
울음소리가 나면
젖을 먹이고
울음소리가 나면
기저귀를 갈아주고
울음소리가 나면
가만히 안아 달래주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는
오직 울음소리가 가장 강력한 소통방법이다.
뭔가 불편하다는 뜻이기도 할터이다.
우리는 그저 조용히 살펴볼 뿐이고
아이가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보살핌에 최선을 다 할 뿐이었다.
물론,
몸이 힘들 때도 있고
잠이 모자라 컨디션이 엉망일 때도 있고
울음소리에 신경이 쭈뼛할 때도 있지만
부모는 그냥 되는 게 아닌 것 아닌가...!!
100%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이 우주에서 가장 축복스러운 일임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서로에게 존중과 사랑, 배려하는 것 외에
더이상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아이가 뒤집을 때도
말없이 기쁨으로 기다려 주었고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때도
말없이 보호하며 기다려 주었다.
불필요한 전파를 접하지 않도록
TV는 인테리어로 놔두다
아이가 5살이 되어서 조금씩 조금씩
보게 했었다.
아이의 성격이 형성되는 나이까지
방해되는 파장은
그게 무엇이든 최대한 피할려고 했었다.
대신
대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집 근처 공원을 시시때때로 나가
흙바닥의 푹신함과
바람의 속삭임,
나무의 웃음소리,
구름의 익살스러움과
하늘의 장난스러움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대한 고요하게 옆에 있어주었다.
질문할 때는 대답해주고
놀랄때는 쓰다듬어 주고
울때는 말없이 안아주고
웃을때는 같이 박장대소하고
안아달라고 할때는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내려간다고 할 때까지 그저 묵묵히
안아주었다.
아이의 가슴은 열려 있는 상태로 온다.
아이가 안아 달라고 할 때는
뭔가 불안하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 몸짓을
거부한단 말인가!!!
어떻게 NO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이는 부모가 안아주는 것에
충분함을 느끼게 되면
스스로 내려오는 것 같다.
더이상
안아달라고 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안아주는 것' '포옹' '허깅' 이
내가 아이와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자
신뢰를 허물지 않는 마법의 열쇠인 것같다.
가만히 안고
가만히 느껴보라고 애기하고 싶다.
아이가 주는 선물을 알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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